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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나긴 석박사 생활을 9년 가량 했었고, 박사학위를 받은지 근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정말 우여곡절과, 때려치고 싶을 때가 많았었고, 앞으로 뭘 해먹고 살까 고민이 많던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가네요. 와이프 말대로 대학에서 잘못을 해서 대학원을 갔었던 것인지..

 

  오늘은 문득 석박사 학위를 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프로그램들을 정리해볼까 싶습니다. 다소 두서없고, 전공분야에 따라서 전혀 공감이 안될 포스팅일 수 있겠네요.

 

1. 서지관리 프로그램.

: endnote, papers, mendeley 등

  대학원에 들어가면 단연 논문을 접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선행된 연구들이 무엇인지, 선행 연구들에서 배울 것과 한계점 등을 가능한 많이 그리고 빨리 습득해야합니다.

 

  저는 대학원 생활 초반 몇년간은 서지관리 프로그램이라는 것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교수님이나 연구실 선배들은 폴더를 자잘하게 나누어서 정리하는 사람들이라, 저처럼 정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대학원 초반에는 내가 다운로드 받은 논문이 내 연구에 참조할만한 논문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도 쉽지 않고, 출력해놓고 읽지도 않고 쌓이는 논문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A에 관한 내용을 어느 논문에서 읽었었는데, 어느 논문이지?”하며, 온갖 폴더와 책상을 뒤지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아직 읽지 않은..) 논문을 다시 다운로드하는 일이 빈번하게 있었습니다.

 

  어느 날 논문을 작성하면서 참고문헌을 작성하는게 너무 귀찮아, 쉽게 하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찾다보니 서지관리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그동안 너무 원시적으로 논문관리를 했다고 해야할까요.

 

  대표적인 서지관리 프로그램은 endnote, papers, mendeley 등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endnote가 서지관리의 끝판왕이라 표현하는데, 어느 프로그램이든 상관없습니다.

  • endnote는 가격이 꽤 나가는 프로그램이라 대학원생이 선듯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입니다. 대학교에서 구매가 안되어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을 써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 papers는 mac 사용자에게 더욱 유용합니다. 저는 과거에 윈도우버전도 구매해서 맥과 같이 사용했었는데, 윈도우 버전은 상당히 엉망이었습니다. 가격도 endnote에 비해 저렴하고, 맥에서는 상당히 괜찮게 사용했었습니다.
  • mendeley는 설치만 해보고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일정 용량까지는 가격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기 버전때 잠깐 맛보기를 했었는데, 요즘 버전은 얼핏 보니 상당히 괜찮아 보여서 papers에서 관리하던 논문을 mendeley로 옮겨볼까 생각 중 입니다.

Mendeley 인터페이스 (출처: https://www.mendeley.com/guides/desktop/01-desktop-interface)

  서지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논문뿐만 아니라 발표자료 등 각종 참고문헌을 카테고리로 나눠서 넣어놓고, 중요도 체크, 메모, 검색 등을 손쉽게 할 뿐만 아니라, 논문 작성시 참고문헌 표기를 각종 저널에 맞게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저널에 따라 대체 참고문헌을 어떻게 작성해야하는지 고민할 필요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서지관리프로그램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2. 노트 프로그램

onenote, evernote, notion, etc

 

  노트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이것저것 메모를 하고, 자료 수집 및 정리하는 용도입니다. 저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찾은 자료들을 스크랩하거나, 제가 사용하는 계산 코드나 분석 코드에 관련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연구노트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연구하면서 필요한 각종 자료들을 정리했었습니다. 물론 이 뿐만 아니라 잡다한 연구 아이디어나 논문 일부의 초안 메모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한때는 연구노트를 노트프로그램으로 이용한 적이 있었으나, 이는 권하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보다 키보드 타이핑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다양한 생각과, 그때그때의 행위, 결과를 정리하는 것은 시간이 더 들더라도 종이로 된 연구노트에 수정이 불가한 펜으로 적는 걸 권합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종이로 된 연구노트를 써야하는게 맞습니다.)

 

 

  노트 관련한 프로그램은 최근 notion이 정말 괜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는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써본 사람들은 다들 그걸 추천하네요.

 

  저는 evernote를 사용하다가 onenote로 전부 옮겨 사용했었습니다. evernote가 편의성은 좋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수식과 테이블이 많았는데, 그게 너무 불편했었습니다.

 

  실은 어느 노트프로그램이든 이것저것 자료를 모아두는 용도로 쓸 수 있다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

 

  요즘 저는 업무시스템에서 보안때문에 못 쓰는지라, 개인적인 용도로는 synology의 notestation을 쓰는데, 아쉬운게 많아도 그냥 쓰고 있습니다.

Evernote가 편의성은 좋긴 합니다만.. (출처: https://evernote.com/blog/ko/evernote-for-windows-useful-features/)

 

3. 마인드맵 프로그램

: mindnode, xmind 등 다양하니 취향대로.

 

  마인드맵(mind map) 프로그램은 연구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 유용합니다. 연구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이것저것 넣고 관련한 키워드끼리 관계선을 긋다보면, 복잡해 보였던 것도 조금씩 정리가 되곤 합니다.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정리하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찾아내기도 하게 되어, 연구의 초기에서부터 논문으로 정리할 때까지, 가끔 펼쳐보고 생각을 정리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마인드맵 작업을 하다보면, 자신의 연구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인드맵 프로그램은 굳이 유료프로그램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mindnode와 xmind를 유료로 구매해서 사용했었으나, xmind free 버전 기능을 벗어나서 사용해본 적 없습니다. 단지 생각을 정리할 때 유용하게 쓴거라, 대단한 기능이 있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Xmind (출처: xmind)

 

4. 글쓰기 프로그램

: OmniOutliner, Scrivener 앞에 두개가 없다면 MS워드

 

  OmniOutliner, Scrivener는 저 역시 다른 블로그에서 글을 보고 구매를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현재는 더이상 맥을 쓰지 않아서 OmniOutliner는 쓸 일이 없고 Scrivener는 간간히 쓰고 있는데, Scrivener는 학위논문을 쓸 때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OmniOutliner의 윈도우 대체 프로그램을 찾지 못하였으나, MS워드로 목차를 작성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연구 초반에 주제와 방법이 대강 정립이 되면 미리 결과를 염두해두고 워드 등에 목차를 작성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논문 구성이래봐야 “Introduction-Method-Result-Discussion”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단순한 목차가 아닌 세부적으로 나눠서 목차를 만듭니다.

Introduction
- 문제제기
-- 문제의 현상
-- 문제의 원인
- 선행연구
-- A 선행연구
---A 접근방법
---A 결과 및 한계
-- B 선행연구
---B 접근방법
---B 결과 및 한계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접급방법 간략 언급
Method
- 내 접근 방법의 Backgroud
- 수식 정립
- 실험 방법 설명
--장비설명
--데이터 검증방법
Result
- 결과
- 결과 분석 A & B와 비교
Discusstion
- 내 접근방법 의의
- 내 접근방법의 한계

 

  논문에 기재되어야 할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쪼개서 목차로 넣어서 한눈에 흐름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마인트맵으로 정리한 것은 나의 연구에 대한 관계도라면, 목차를 작성하는 것은 나의 연구에 대한 흐름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가급적 작은 단위로 들어갈 내용들의 소제목으로 워드 목차에 작성해서, 해당 부분 하나씩 채워갑니다. (outliner에서 작성한 목차를 scrivener로 넘어가서 내용을 채워도 됩니다.) 작게 쪼개어진 소제목 밑에 해당 내용을 적다보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앞으로 공부해야할 것, 앞으로 더 실험을 해봐야할 것, 어떤 내용 또는 논문 흐름을 어떻게 수정해야할지, 막연히 연구할 때보다 분명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이 저더러 빨리 목차부터 써보라고 하실 때에는 와닿지 않았었는데, 뒤늦게서야 목차 및 흐름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도 후배들에게 우선 목차부터 작성해보라고 합니다.

 

  세세하게 쪼개진 내용들은 나중에 하나의 제대로된 소제목을 다시 합치면 되니까 일단 어떤 내용이 작성되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나누어서 시작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Scrivener가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수식과 테이블을 많이 넣어야 한다면 구매를 말립니다.

 

  Scrivener와 MS워드는 둘다 훌륭한 문서편집기이나, 기본적인 접근법이 다르다고 할까요. Scrivener가 아무래도 생각을 쪼개어 하나하나 작은 글을 작성한 뒤에 글을 배치시키는 면에서는 워드보다 좋긴 합니다만, 이공계 사람이 수식이나 테이블 입력이 불편한 것은 쓰기가 싫다보니, 저는 워드가 더 편했습니다.

Scrivener가 수식과 표 입력이 편했으면, 정말 강추하는 프로그램이었을텐데.. (출처: https://www.literatureandlatte.com/scrivener/overview)

 

 

5. 기존에 언급했던 프로그램

그래프의 값 추출 - 디지타이저 (Engauge Digitizer)

  제 연구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있어서, 상당부분 실험에 관한 세팅 및 결과값을 얻을 수 있었지만 간혹 얻지 못하는게 있었습니다. 이 때는 논문에서 그래프를 그림파일로 추출해서 디지타이저로 값을 추출하면 됩니다. [그래프 그림만 있을 때 값 추출하기 : 디지타이저 Digitizer]

 

플로우차트 그리기 - (www.draw.io)

  간혹 주구절절 설명해야하는 것을 플로우차트로 보이면 한번에 정리되는게 있습니다. 처음에 파워포인트로 정말 씨름을 하곤 했었는데, www.draw.io 사이트를 이용하면 노력대비 깔끔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플로우차트 (Flowchart) 및 관계도 그리기]

 

그래프 그리기 - (SciDAVis)

  연구실에 돈이 많아서 Origin을 구매해준다면 당연히 Origin을 쓰세요. 근데, 구매를 안해주면 굳이 불법으로 구하지 마시고 SciDAVis를 이용해도 왠만한 수준에서는 충분합니다. [이공계 그래프 소프트웨어 (Origin 대체 SciDAVis)]

 

 

6. 파이썬 프로그래밍 언어

  굳이 파이썬일 필요는 없습니다. mathematica, matlab, R, C, C++, Java, Fortran 어느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들어갈 때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은 하나도 알지 못했었습니다. 지금도 프로그래밍이 주업이 아니다보니, 전문가가 보기에는 쓰레기 같은 코드를 작성하는 아마추어겠지만, 이공계에서 대학원생활을 하면 어느 언어가 되었든 하나는 대강 다룰 줄 아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 생활 중의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면, 제 후배 중 하나 꽤 부지런했던 애가 있었습니다. 부지런하긴 했지만 연구가 본인에게 맞지 않아 고생을 했던 후배였습니다. 언제가는 연구교수님께서 작성한 계산코드를 받아 파라미터를 바꾸어가며 계산해서 나온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제 기억에는 바꿔야할 파라미터가 4,5개정도 되었고, 계산 한번할 때마다 20개 정도의 컬럼 테이블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그냥 텍스트 파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파라미터 1개당 10번정도 값의 변화를 준다면 계산은 10,000~100,000번 해야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산소요시간은 일반 테스크탑의 1 cpu로도 1초가 안걸리는 계산었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지옥이었습니다. 그 부지런한 후배는 input 파일을 수작업으로 수정해서 계산을 돌리고, 결과 파일을 하나하나 이름을 변경하고, 반복하는데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더 슬픈 것은 결과 텍스트 파일이 나오면 그걸 엑셀에 옮겼다가, 다시 Origin으로 옮겨서 하나하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겁니다.(중간에 엑셀에는 왜 옮겼었는지 아직도 의문.)

  본인이 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했는데, 학회 날짜는 다가오고 교수님은 계산 결과를 보고 싶어도 그 후배는 진척이 없었습니다. 후배가 계산 1개를 마치고 그래프까지 그리는데 정말 빨리해서 1분만에 한다고 가정해도 몇개월은 해야하는 작업이었으니, 옆에서 며칠간 쳐다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움의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당시 제 코가 석자인 시절이라 제 할일도 바빠서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급기야 교수님의 지시로 그 후배의 계산을 위해 계산을 자동으로 돌리고 결과 그래프를 자동으로 생성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단 며칠만에 해당 일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그 후배가 프로그래밍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그 고생을 안해도 되었을 겁니다.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메인 툴이 있다면 그걸 쓰시면 됩니다. (Fortran만 쓰는 연구실이라면 애도를..) 딱히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메인 툴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파이썬을 권합니다. 언어를 배우는 진입장벽도 낮고, 온갖 패키지가 다양하니까요. 파이썬이 느리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어차피 연구실에서 메인으로 쓰는 툴이 없었던 곳이라면, 파이썬이라도 기본의 연구업무 효율을 상당히 높여줄 겁니다.

 

7. 이외 Dropbox 등 클라우드서비스

  요즘은 잘 안보이지만, 가끔 대자보나 벽에 A4지에 “USB 찾아주세요”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료 분실 후 눈물 흘리지 말고, Dropbox 등으로 잘 저장해놓는게 좋습니다. 가끔 파일을 실수로 지워도 과거 버전을 찾아 복구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저를 살린 적이 여럿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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