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잊혀진 이야기 왜 다시 꺼내는가
과거 동일한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썼다가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자격이 있을까?"하는 생각과 더불어, 저의 한마디가 어느 누구에게는 상처가 될만한 글은 쓰지 않겠다는 생각에 지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게 2011년 3월 11일이니 거의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제가 그 당시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시작했던 시점이었는데, 우리도 검출기가 있으니 이런저런 해산물 샘플을 통해 환경방사능을 측정해보자는 교수님의 지시로 연구실 선배가 꽤 고생했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분야 방사선이나 방사능 분야에는 관심도 크게 없고, 지금은 하는 일이 관련 분야도 아니니 거의 잊고 지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종종 지인들과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 존재를 "전문가"로 거론되는 분이 있어, 생각난 김에 그 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교수라는 권위, 그 영향
이제는 교수 타이틀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전"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지내신 김익중 "전"교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교수라는 타이틀이 참 대단하긴 합니다. 이제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하였지만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교에서 교수라는 직책에서 나오는 힘은 그 모든 행위에 "전문가"라는 단어가 따라 붙습니다. 교수라는 위치에서 내뱉는 그 한마디는 소위 "전문가의 의견"이 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다양한 정보들이 생기고 퍼져나갔습니다. 한때는 어처구니 없는 기준으로 착한식당이니 하던 이 모PD는 음식을 섭취 후 휴대용방사선량계를 복부에 갖다대는 행위를 TV방송에서 했지만, 이제는 그게 말도 안되는 행위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방사선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의 지식이 높아진 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방사선, 방사능 등을 구분해보라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연한 정보와 지식의 부재에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교수라는 권위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일반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권위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하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의 주장이 모든게 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설령, 그 주장이 사실과 다를지언정 진실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수년 전에는 모 스타강사가 TV에서 현대 동양화가의 그림을 조선시대의 그림으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스타강사는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미술과 관련한 해당분야의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오류는 아무런 검증도 받지 않고 방송으로 나갔다가 질타를 받았었습니다.
저는 처음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교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분이 어디 핵의학과쪽 분야의 교수인가 생각했었습니다만, 그 분은 전혀 다른 미생물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습니다.
학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
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거 황우석 사태처럼 데이터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일입니다. 본인이 직접 계산하여 이론을 만들던 실험을 하던, 아니면 자료를 모아서 연구를 하던 결코 자료를 왜곡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구두발표를 할 때에 자신의 논리에서 공격을 당할만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안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김익중 전 교수의 강연을 보면 원자력 발전을 쉽게 설명한답시고 일본의 BWR(비등수형원자로)과 한국의 PWR(가압수형원자로)의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며 원자로 타입의 차이는 설명하지 않고 다 똑같은 원전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어차피 원자로 타입에 따른 발전효율이라던지 안전계통의 차이를 설명할 능력은 안될거라 생각니까요. 한정된 발표시간에 본인 주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줄이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이 분한테 의구심을 품었던 것은 다음 사진에서 나타납니다. 유튜브에서 김익중 전 교수를 검색하면 쉽게 강연 영상을 찾을 수 있고, 발표자료는 수년이 흘러도 크게 바뀐게 없으니 아무 영상이나 찾아보면 금방 접할 수 있는 발표자료 사진입니다.
"일본 오염지도", "일본 세슘 오염지도"라고 제목을 붙여놨습니다. 이 슬라이드가 나오면, 김익중 전교수는 늘 하던 식으로 (본인은 핵의학 분야도 아닌 미생물 분야이지만) (전)교수라는 권위로 이야기 하듯,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의 권위를 이야기하며 일본의 오염지도라고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일반적으로 science니 nature니 하는 저널들이야 일반인들도 들어봤겠지만, PNAS는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김익중 전교수의 이야기대로 PNAS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로 상당히 저명한 저널입니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논문이 흥미로워 보여서 원문을 찾아보았습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www.pnas.org/content/108/49/19530
원문에 나온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의 제목에는 분명 "Estimated Cs137 concentration in soil"으로 되어 있습니다. Estimate라는 단어의 뜻은 네이버 사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위의 김익중 전교수의 자료는 "일본 세슘 오염지도"가 아니라 "토양의 추정 Cs137 농도"가 적당합니다. 해당 논문은 사고 초기에 각종 측정치를 모델로 계산한 Cs-137의 "추정치"입니다. 초기에 오염을 예측했던 상당히 좋은 논문이지만, 지금은 많은 측정 자료가 있습니다. 심지어 논문의 discussion에도 다음과 같이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we expect the true soil contamination across Japan to be considerably more variable than in our estimate." 일본 전역의 실제 토양 오염은 자신들의 추정보다 상당히 다양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즉, 초기에 한정된 데이터와 모델로 추정한 값이니 한계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익중 전교수는 왜 추정치라는 것을 빼고 단순하게 세슘 오염지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고 초기도 아닌 수년이 지나고 나서도 수많은 측정 자료가 많음에도 왜 왜곡된 제목으로 저 자료만 보이는 걸까요? 실제로 측정한 자료는 저 그림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본인의 주장의 근거로 쓰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더군다나 늘 저 그림을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은 일본 국토의 절반 가까이 색이 표시되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 색이 가지는 의미를 단순히 오염되었다는 의미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럴거면 그림 우측에 색깔별 수치를 나타내는 colorbar를 왜 놓았을까요? 그냥 오염 유/무로만 이야기할 데이터면 단색으로 표시하면 될 문제를 논문의 저자는 굳이 colorbar를 놓아서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익중 전교수는 저 색깔이 가지는 값을 단 한번도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데이터를 도식화하여 보여줄 때, 그 값에 대해서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게 놀랍습니다. 단순히 색깔이 있으니 오염되었다 하고 설명합니다. 대학원생들이었다면, 학회 발표 전에 연구실 미팅 등에서 발표를 그런 식으로 하면 영혼이 가출하도록 까입니다.
colorbar를 보면 수치가 선형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로그 스케일도 아닌 것이 일의 자리에서부터 5만까지 숫자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라색 영역은 수십 Bq/kg으로 낮은 값임에도 일본은 완전 끝났다는 듯이 설명합니다. 제가 일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은 계속 건재할 겁니다. 공기든 토양이든 세슘, 플루토늄 등의 농도는 측정치나 추정치에 관한 연구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많이 있어왔습니다.
물론 방사능을 0이여야 안전하다라고 주장하시는 분이라 방사능 수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망했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말도 참 웃깁니다. 방사능이 0이여야 안전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방사능이 0 Bq인 상황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본인 몸에 기본적으로 약 4~5000 Bq의 K-40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본인의 몸부터 위험한 존재라고 주장하셔야 하는 게 아닐지요?
학자라면 자료를 두고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사실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교수가 하는 말은 정답인가?
한참 에너지전환정책이 이슈였을 당시 김익중 전교수가 카이스트의 교수와 토론회를 하던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에너지전환정책이라고 불리지 않고 탈원전정책이라고 불리던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 저는 제 방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거실에 켜진 TV 소리를 듣고 황당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듣고 황당해 했었던 김익중 전교수의 이야기는 다른 강연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그 내용은 아래 영상 캡쳐와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익중 전교수의 주장으로는 고교수준의 수학으로 논리적으로 틀린게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의 계산에 대해서는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적의 계산법이라고 비웃는다는 것을 김익중 전교수 본인은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포아송이니 시간이니 표본이니 이런 이야기를 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 논리대로 하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한번 볼까요?
- 저 계산대로 하면 한국에 원전이 25개라고 하고, 만약 외국에서 원전 558개를 지어 세계에 1,000개의 원전이 운영된다면 한국의 사고발생 확률은 약 14%로 줄어드는 기적이 벌어집니다.
- 국가통계포털에서 산업재해현황을 보면 2018년 근로자수 19,073,438명, 산재사망자수 2,142명입니다. 모 대기업의 경우 국내 직원수가 10만명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논리대로 계산을 하면, 10만명 넘는 대기업의 산재사망발생 확률이 99.99%가 됩니다.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하라고 주장해야 하는 걸까요?
할 말은 많지만..
위에서 두 가지만 이야기 했지만, 사실 이 분이 주장하는 다른 것들도 고개가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듣고 있자면 "이거 밑지고 파는거예요"하는 장사꾼과 같습니다. 학자라면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사실이나,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 안됩니다. 또한 주장을 하려면 명확한 근거를 왜곡 없이 보이며 본인의 주장을 해야 합니다.
부정확한 정보로 불필요한 공포심을 팔아가며 본인의 입지를 다졌던 그 분이 과거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까지 지내고 국가 정책에 관여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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