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Prusa i3 MK3S kit을 주문하다
3D 프린터를 접하다
제가 처음 접했던게 2016년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대학원생 신분으로 연구과제에 대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때였는데, 실험을 위해서 정말 자잘한 장비를 가공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그 간단한 장비 가공에 대해서도 지도교수님께 왜 이런 장비를 가공해야하는지, 어떤 업체 얼마의 견적을 받았는지, 연구비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설득하는데 지쳐버리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결과보고서는 한달 남았고 평상시처럼 교수님을 설득해서 장비를 가공하면 계절이 바뀌게 생겼으니 답답하지요. (더 답답한건 내 학위주제도 아닌 연구과제였던 것) 때마침 학교에 3D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는 팩토리?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서 실험도구들을 출력했었습니다. 학교에서 공용으로 쓰는 공간이다보니 수많은 건축학과 학생들이 거의 쉴새없이 이용하기에, 좀 더 편히 쓰고자 제 개인 3D프린터를 사게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습니다. 분명 연구과제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야하는데, 교수님을 설득하고 돈을 쓰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이 진척은 없고, 어쩔 수 없이 3D 프린터로 대강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초기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교수를 설득하는 일의 반복. 그마저도 3D 프린터를 언제나 쓸 수 있는게 아니라서, 결국에는 개인 3D프린터를 갖게 되었지요. (대학원 생활 관련 할말은 많으나 하지 않..)
3D 프린터 방황기
그 당시 3D프린터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했던게 prusa i3의 중국제 카피버전이었습니다. 프레임이 아크릴로 되어 있어, 잘못 조립하면 깨지던 녀석이다보니 제대로 다루려면 업그레이드 부품을 출력하여 자가 업그레이드를 반복해야하는 안타까운 프린터였습니다. 한창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시절이라 세팅이나 업그레이드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썼던거라, 출력물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지옥같았던 학위심사를 마치고, 여유가 찾아와서 오래된 중국제 아크릴 prusa i3를 방출하고 다빈치 주니어 1.0을 중고로 영입합니다. 완제품은 세팅이나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없겠지 싶어 완제품으로 갔으나, 바로 실망하게 됩니다. 다빈치는 자기네 필라멘트만 쓰게 해놨었는데, 타사 제품을 넣고 하다보니 문제가 계속 일어나 1달만에 분해 해버렸습니다. 정말 다빈치로 프린팅 한 기억이 거의 없을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기 전, 대학에 있던 공용 3D프린터로 열심히 프린터 부품을 출력하여 corexy를 만들게 됩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나, 업그레이드에 대한 열망이 조금 있었습니다. 자작 프린터는 처음에 만들때 좋은 부품에 신경써서 만들어야지, 저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한번 만들어놓은 프린터를 다시 분해하고 업그레이드 하는게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습니다. 아쉬운 것 하나둘 고칠까 싶어 하나씩 업그레이드 계획을 짜다보면, 그냥 하나 새로 만드는게 더 나을 것 같더군요. 1년 넘게 그냥 방치하다가 최근 창고의 재료들과 함께 방출합니다.
다시 Prusa, 하지만 Original로
이제는 3D프린터를 쓸일이 없겠거니 했는데, 다시금 충동에 original prusa i3 mk3s를 주문합니다. 솔직히 mk3s 모델은 나온지 2년도 더 된 mk3기반에서 조금 업그레이드 되었을 뿐, 지금 와서 사기에는 조금 오래된 모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도 FDM 방식이 발전해봐야 컨트롤러 정도만 좀 발전했을뿐, prusa i3 mk3s는 요즘 다른 프린터들과 비교하여도 아직도 충분히 현역으로 뛰기에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알리바바에서 mk3s 클론 부품을 구매해서 만들거나, 요즘에 핫한 사파이어 프로? 등을 구매하면 훨씬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을텐데, 비싸더라도 한번 더 품질을 확인한 부품에 언제든 채팅으로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슬라이서도 나름 세팅되어서 주는 제품을 쓰는 것으로 마음먹었습니다.
주문의 팁이 있다면, 사이트에서 결재할 수 있는 통화로 USD, GBP, EUR, CZK, PLN 등이 있습니다. 환율 계산을 잘 해보면 USD로 사는 것보다 CZK나 PLN로 결재하는게 더 싸기도 합니다. 시기에 따라 다른 듯 하지만, 이전에 어느 분은 CZK로 결재하는게 거의 배송료만큼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제 경우는 배송료만큼은 안되었지만 그래도 꽤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2~3주 걸린다고 했으니, 이번달 중순이나 말에 배송관련 연락이 올테고 관세 면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부가세를 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일단 지르긴 했는데, 뭘 만들어볼지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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